모른척 하기/김동우
가끔 아구찜이 먹고 싶을 때 찾는 식당이 있다
다른 곳 보다 유난히 아귀도 많이 들어 있고 맛이 그런대로 좋은 편이라
자주 그 곳을 찾는데 가끔 식당 주인의 애교스러운 거짓말에 미소를 짓곤한다
아구찜이 나오고 어느정도 식사가 진행이 되면 주인 아줌마는 작은 그릇을
살포시 식탁에 내려 놓으면서 이렇게 이야기 한다
"오늘 단체 손님 드린다고 준비 한 콩잎 조림인데
먼저 맛을 보시라고 특별히 드린다고 한다"
처음에는 이런 모습이 의아해 하였으나
뭔가 모르게 내가 특별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한 달 후 다시 찾은 이곳에서 주인 아줌마는 또 그렇게 하였다
손님...
"우리가 먹을려고 만든 것인데 손님만 특별히 드린다며"
달래 무침을 한 그릇 놓고 간다
나는 또 다시 ..네...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하였다
식사를 하면서 가만히 생각을 하니 식당 아줌마는 선심을 쓰는 듯이
배려하는 모습에 장사 수완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런 속내를 알면서도 기분 나쁘지 않았기에
동행한 사람과 웃으면서 미소를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사람의 마음은 참으로 신기합니다
내가 누군가에 관심을 받고 있으며 나의 존재를 인정하여
준다는 것은 심리적으로 매우 기분이 좋았습니다
일부 식당에서는 손님이 오던지 말던지 빨리 먹고 가라는 듯이
무관심하게 대하는 곳 보다는 뭔가 모르게 내가 손님 대우를 받고
있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았고
주인 아줌마의 어슬픈 연출이지만 알면서도 모르는 척 받아 주는
여유로움을 가져 본 시간 이었습니다
우리는 일상에서도 우리는 알면서도 모른척 해 주는 그런 여유로움을
가지고 상대의 실수나 잘못을 넓은 마음으로 이해 할 수 있다면
서로 반목하거나 싸울 일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여 봅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습니다
바늘로 찔러도 피 한방울 안 나는 완벽한 사람보다
가끔은 애교 섞인 거짓말도 할 줄 알고 다소 부족하고 어눌하지만
마음이 따뜻한 사람으로 살아 간다면 체온이 37.5도로 올라 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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