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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 수필

[스크랩] 내 남편도 그럴 때가 있다

바이오매트 2013. 11. 23. 14:43

 

 

내 남편도 그럴 때가 있다/김동우

 

-시댁 제삿 날이나 명절에 하루종일 쪼글트리고 앉아

  식용유 냄새가 온 몸에 베겨져 피곤한 몸으로 집에 왔을 때

  투박한 손으로 나의 어께와 다리를 주물어 주면서

  수고 했다고 말 할 때  불평 불만은 한 순간에 사라져 버린다.

 

-휴일 아침에 늦잠을 자는데

  주방에서 달그락 소리도 요란하고

  싱크대를 온 천지 어질어 놓으면서 토스트를 만들어 주거나

  아침 밥을 차려 줄 때 나는 왕비가 된 듯 하다.

 

-피곤하거나 아플 때 아무것도 하지 말고

 누워 있거나 티브이나 보면서 쉬라고 할 때

 가끔은 꾀병도 부려 보아야지 하는 생각을 하여 본다.

 

-재활용 분리수거를 도와 주거나

  음식물 찌꺼기를 가끔 버려 줄 때 어제 남편의 잘못도

  눈 녹듯이 녹아 내린다.

 

-고3 이라서 야자하고 늦게 오는 아이들   태우고 올 때나

  학원에 태워다 줄 때는

  운전 면허증 안 따길 잘했다고 생각을 한다.

 

-가끔은 집안 청소를 도와 주거나 빨래를 해 줄 때

  역시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라는 말이

  맞다는 생각을 한다.

 

-처가집 일 이라면 발 벗고 나 서고 아들처럼

  행동 할 때 와 가끔은 장인 장모 용돈 드릴 때

  시부모에 관한 서운함도 사라지고

  나도 시댁 어른들 한테 잘 해야지 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생일 결혼 기념일 그리고 특별한 날

  작은 선물이라도 들고 들어 올 때

  아직 이 사람의 애정이 식지 않음을 느껴 본다.

 

-어눌한 문자 실력으로 "자기 사랑해" 라고

 가끔 문자를 보낼 때나 근무 중 잠시 시간을

 이용하여 오늘 먹고 싶은 거 뭐 없냐고 물어 볼 때

 연애 시절의 환상에 젖어 본다.

 

-집안 일 때문에 동내 수퍼에 못 나가는 경우

 날개 달린 거도 군말없이 사 올 때

 쪽 팔리는 거 잊어 버리고 사오는 내 남편이

 자식보다 더 이뻐 보인다.

 

-아내가 외출 한 다고 먼지 묻은 구두를 닦아 줄 때

  내 남편이 이런 면도 있었는가

  잠시 감동에 젖어 본다.

 

-시댁 때문에 화가 나서 바가지를 긁어도

  아무 말 없이 들어 줄 때

  역시 남자답다 라는 느낌이 들고

  나중에는 오히려 내가 미안한 마음이 든다.

 

-맨날 실수만 하는 아내를 보고

  뭐 그럴 수도 있지 하면서 이해를 해 줄 때

  배려 깊은 남편을 존경하고 싶다.

 

-퇴근 할 때 붕어빵이나 감귤 한 봉지 사 들고 올 때

  부자가 아니어도 나는 행복한 아내라 생각 한다.

 

-밥 하기 싫은 날 외식하지고 하면

  군말없이 기분 맞추어 줄 때 

  비록 돈은 아깝지만 기분이 너무 좋다.

 

-돈이 필요하다고 하면 어디에 쓰는지 물어보지 않고

  덤으로 돈을 더 줄 때

  알뜰하게 살림 살아야지 하는 마음을 생각한다.

 

-가끔은 주머니에 일부러 돈을 몇 만원을 넣어 놓고

  빨래하라고 내어 줄 때

  그날은 왠지 모르게 로또 당첨된 것 처럼

  하루 종일 입가에 미소가 지어 진다.

 

-예쁘지도 않은 얼굴에

  잘 하는 거 하나 없고

  내조 한번 제대로 못 하는 여자이지만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사랑스럽다고 말 할 때. 

  그런 남편을 만난 것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고마워요...

  날 사랑해줘서 

 

  사랑...

  마음이 시킨 가장 고마운 일 입니다.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고주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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